동장군 동장군 / 류인순 눈바람 어깨 짚고 계절 한가운데 선 우쭐대는 동장군 덩칫값 못하고 슬쩍슬쩍 내 품에 소리 없이 파고든다 너도 추운 게냐.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23
동지 팥죽 동지 팥죽 / 류인순 동지 팥죽 그릇에 새알심 동동 나이만큼 먹는다는 옛 어른 말씀 어릴 적엔 엄마 나이 대신 먹었죠 이젠 한 알 슬쩍 덜어내면 내 나이 한 살 더 젊어지려나.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22
양평 형제봉에 올라 양평 형제봉에 올라 / 류인순 하늘에 솜사탕 띄우고 두물머리 눈으로 당겨 보는 곳 한 손으로 가려지는 저 아래 세상에서 아옹다옹 덧없어라 솔가지에 오도카니 뜬금없이 앉은 공룡 쉬어가라 속삭이네 생방송인 삶의 무대 지휘자도 연주자도 오롯이 내 몫인데 달음질하는 시간 속 쉼표 하나 찍고 가자 인생은 긴 여행이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20
정방 폭포 정방 폭포 / 류인순 한라산자락 돌고 돌아 서귀포 계곡을 지나 세상사 뭇 사연 담아 바다에 몸 풀러 가는 길 시냇물로 졸졸 흐르다 어이쿠, 갑자기 벼랑 끝 사정없이 툭 떨어지네 온 정신 아득하고 심장 쿵쾅거리는데 하얀 비단 내린다며 환호성 지르는 그대여 어제도, 오늘도 먼 훗날 그날까지 변함없을 내게로 다시 와요 그대 쉼 필요할 때.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11
가을 산책길에서 가을 산책길에서 / 류인순 가을 산책길에 마실 나온 건들바람 은행나무 툭 건드려 나비처럼 팔랑팔랑 노란 비 뿌려 주니 그 옛날 학창 시절 책갈피에 묻어 둔 곱디고운 추억이 배시시 웃으며 가슴에 와락 안기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09
고장 난 알람 고장 난 알람 / 류인순 가을과 겨울 사이 깊은 산 뜬금없이 홀로 핀 진달래꽃 서릿바람이 툭 건드니 가냘픈 몸 파르르 떨며 힘겹게 견디고 있다 고장 난 계절 알람 제멋대로 울려대니 너 또한 헷갈렸을 터 사람 눈길 뜸하다고 홀로 외로이 서 있다고 주눅 들지 말지어다 찬 서리 내려 너의 몸 생채기 나기 전 내 눈에 오롯이 담았다 누가 뭐래도 한 가슴 꽃물 들였으니 네가 온 명분 충분하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07
십이월 문턱에서 십이월 문턱에서 / 류인순 길 떠나는 가을이 아무리 싫다 해도 나이에 보태라며 더해진 숫자 하나 슬며시 밀어주고 저만치 달아나네 천천히 떠나라고 아무리 꼬드겨도 잰걸음에 가버리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1.30
연리지 연리지 / 류인순 해 뜨고 달 뜨고 천년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 지키며 뼛속까지 시려오는 혼자라는 외로움에 곁눈질로 익은 사랑 손 내밀어 닿는 곳 밤낮으로 곁에 서서 서로 상처 보듬으며 간절한 마음 맞닿아 뗄 수 없는 운명으로 하나가 된 사랑이여.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1.23
꿈 꿈 / 류인순 눈에 보이지 않아 날마다 마음으로 만지고 잡힐 듯 말 듯 애타게 밀고 당기며 넌 아직도 문밖에 서성이지만 나의 바다에 섬 하나 들여놓고 너를 맞으려 날마다 등불 밝힌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1.11
비비추 보랏빛 향기 비비추 보랏빛 향기 / 류인순 비비추 보랏빛 향기 삼복더위 즈려밟고 여름 뜨락에 꽃대 올려 빗장 풀었다 진초록 잎 사이 관심받기 힘들어도 수수한 모습으로 싱그런 향기 품은 꽃 하늘이 내린 인연 곱디고운 그대 닮아 내 가슴 온통 보랏빛 행복 물들이고 여름 한가운데 서서 비비추 나팔 불며 매미 울음소리 조곤조곤 줍고 있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