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162

양평 형제봉에 올라

양평 형제봉에 올라 / 류인순 하늘에 솜사탕 띄우고 두물머리 눈으로 당겨 보는 곳 한 손으로 가려지는 저 아래 세상에서 아옹다옹 덧없어라 솔가지에 오도카니 뜬금없이 앉은 공룡 쉬어가라 속삭이네 생방송인 삶의 무대 지휘자도 연주자도 오롯이 내 몫인데 달음질하는 시간 속 쉼표 하나 찍고 가자 인생은 긴 여행이다.

정방 폭포

정방 폭포 / 류인순 한라산자락 돌고 돌아 서귀포 계곡을 지나 세상사 뭇 사연 담아 바다에 몸 풀러 가는 길 시냇물로 졸졸 흐르다 어이쿠, 갑자기 벼랑 끝 사정없이 툭 떨어지네 온 정신 아득하고 심장 쿵쾅거리는데 하얀 비단 내린다며 환호성 지르는 그대여 어제도, 오늘도 먼 훗날 그날까지 변함없을 내게로 다시 와요 그대 쉼 필요할 때.

고장 난 알람

고장 난 알람 / 류인순 가을과 겨울 사이 깊은 산 뜬금없이 홀로 핀 진달래꽃 서릿바람이 툭 건드니 가냘픈 몸 파르르 떨며 힘겹게 견디고 있다 고장 난 계절 알람 제멋대로 울려대니 너 또한 헷갈렸을 터 사람 눈길 뜸하다고 홀로 외로이 서 있다고 주눅 들지 말지어다 찬 서리 내려 너의 몸 생채기 나기 전 내 눈에 오롯이 담았다 누가 뭐래도 한 가슴 꽃물 들였으니 네가 온 명분 충분하다.

비비추 보랏빛 향기

비비추 보랏빛 향기 / 류인순 비비추 보랏빛 향기 삼복더위 즈려밟고 여름 뜨락에 꽃대 올려 빗장 풀었다 진초록 잎 사이 관심받기 힘들어도 수수한 모습으로 싱그런 향기 품은 꽃 하늘이 내린 인연 곱디고운 그대 닮아 내 가슴 온통 보랏빛 행복 물들이고 여름 한가운데 서서 비비추 나팔 불며 매미 울음소리 조곤조곤 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