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 詩 향기 196

겨울 호수 / 류인순

겨울 호수 / 류인순  하얀 눈 소복한 상류에고요 속에 잠긴 호수가그대의 따뜻한 품처럼하얀 숨결로 다가오고 끝없이 펼쳐진 호수는얼음 녹은 물줄기 따라파란 숨결 머금고낯선 고독을 품고 있다 잔잔한 호수반짝이는 윤슬은차마 얼지 못한 내 마음조용히 흔들어 깨우고 겨울 호수는 그렇게멈춘 듯 흘러가며봄날의 조각들하나하나 꿰매고 있다.

기차에 추억 싣고 / 류인순

기차에 추억 싣고 / 류인순  십수 년 만에 기차에 올라창밖에 시선을 두니잊힌 줄 알았던 추억 하나대롱대롱 매달린다 어린아이 때 처음 탄 기차창밖 풍경이 뒤로 달아나며순간이동 하는 듯 신기해서눈과 입이 마구 들떠 있었지 내 살아온 뒤안길엔어떤 풍경이 사라지고난 무엇을 남기고 왔을까문득 깊은 생각에 잠긴다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처럼내가 걸어온 풍경에도아름다운 흔적이총총 남았으면 참 좋겠다.

가을 왔다길래 / 류인순

가을 왔다길래 / 류인순  유독 긴 여름 지나반가운 가을 왔다길래설렘 안고 나가 보니색 바랜 옷자락만 보이고 아름다운 너를 만나려꽃단장했건만멀어지는 너의 뒷모습텅 빈 바람만이 흐른다 갈수록 짧아지는 계절사랑 고백할 틈 없이색 바랜 낯선 모습으로멀어지는 너의 발소리 그리움 끝에 만났지만떠날 채비 한창인 너를붙잡을 수 없어씁쓸한 미소만 짓는다.

내 니 올 줄 알았다 / 류인순

내 니 올 줄 알았다 / 류인순 갈바람 불면가슴팍 숭숭바람 소리 난다고 했지텅 빈 가슴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에도마음 말랑해지는 곳 상처 난 옹이에단풍 다붓이 내려앉아살살 어루만져 주고 솔바람 청아한 노래에구름도 쉬어 가고바람도 머물다 가는 곳 오색 물결 춤추는가을 숲속 카페에내 니 올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