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알람 고장 난 알람 / 류인순 가을과 겨울 사이 깊은 산 뜬금없이 홀로 핀 진달래꽃 서릿바람이 툭 건드니 가냘픈 몸 파르르 떨며 힘겹게 견디고 있다 고장 난 계절 알람 제멋대로 울려대니 너 또한 헷갈렸을 터 사람 눈길 뜸하다고 홀로 외로이 서 있다고 주눅 들지 말지어다 찬 서리 내려 너의 몸 생채기 나기 전 내 눈에 오롯이 담았다 누가 뭐래도 한 가슴 꽃물 들였으니 네가 온 명분 충분하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07
십이월 문턱에서 십이월 문턱에서 / 류인순 길 떠나는 가을이 아무리 싫다 해도 나이에 보태라며 더해진 숫자 하나 슬며시 밀어주고 저만치 달아나네 천천히 떠나라고 아무리 꼬드겨도 잰걸음에 가버리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1.30
연리지 연리지 / 류인순 해 뜨고 달 뜨고 천년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 지키며 뼛속까지 시려오는 혼자라는 외로움에 곁눈질로 익은 사랑 손 내밀어 닿는 곳 밤낮으로 곁에 서서 서로 상처 보듬으며 간절한 마음 맞닿아 뗄 수 없는 운명으로 하나가 된 사랑이여.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1.23
꿈 꿈 / 류인순 눈에 보이지 않아 날마다 마음으로 만지고 잡힐 듯 말 듯 애타게 밀고 당기며 넌 아직도 문밖에 서성이지만 나의 바다에 섬 하나 들여놓고 너를 맞으려 날마다 등불 밝힌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1.11
비비추 보랏빛 향기 비비추 보랏빛 향기 / 류인순 비비추 보랏빛 향기 삼복더위 즈려밟고 여름 뜨락에 꽃대 올려 빗장 풀었다 진초록 잎 사이 관심받기 힘들어도 수수한 모습으로 싱그런 향기 품은 꽃 하늘이 내린 인연 곱디고운 그대 닮아 내 가슴 온통 보랏빛 행복 물들이고 여름 한가운데 서서 비비추 나팔 불며 매미 울음소리 조곤조곤 줍고 있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7.30
노랑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 / 류인순 노랑별 옹기종기 여름날 덕수궁 연못에 별들의 축제 열렸다 초록 비단 위에 긴 목 빼고 살랑살랑 춤추는 물 위의 요정 가슴에 별로 담긴 너를 보는 듯 눈부시게 곱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7.15
시간 도둑 시간 도둑 / 류인순 어영부영하다 아까운 세월 야금야금 갉아 먹혔다 해가 갈수록 점점 잽싸는 잡히지 않는 시간 도둑 아름다운 소풍 길 도둑 다 맞기 전에 너와 손잡고 부지런히 써야겠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6.21
모닝커피 모닝커피 / 가향 류인순 나의 하루를 가만히 열어 주는 열쇠 비 오나 눈 오나 바람 불어도 내 하루 출발선 정신 줄 잡아 주는 넌 나의 껌딱지.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6.03
제비꽃 제비꽃 / 류인순 햇살 고운 봄날 보랏빛 얼굴로 모록모록 앉아서 튀지 않는 모습으로 보일 듯 말 듯 앙증맞게 미소 짓는 순진한 사랑 너를 볼 때면 나도 몰래 몸 낮춘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4.16
조팝나무꽃 조팝나무꽃 / 류인순 봄이 농익을 즈음 긴 가지마다 하얀 별 소복이 내렸다 순결한 아름다움 더없이 화사해도 관심받기 힘든 꽃 겉모습 연약해도 알고 보면 달콤한 향기 가득 차 한 사람 가슴 지피기 충분하다 너 하나로.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