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 연리지 / 류인순 해 뜨고 달 뜨고 천년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 지키며 뼛속까지 시려오는 혼자라는 외로움에 곁눈질로 익은 사랑 손 내밀어 닿는 곳 밤낮으로 곁에 서서 서로 상처 보듬으며 간절한 마음 맞닿아 뗄 수 없는 운명으로 하나가 된 사랑이여.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1.23
겨울 채비 겨울 채비 / 류인순 계절 알람에 농익은 색색 단풍 하나둘 잎 떨구어 칼바람 맞설 채비 하고 가로수 은행나무 춤추는 소슬바람에 파르르 떨며 노란 보석 떨구고 있다 비단 같은 억새 겨울바람에 꺾일세라 낭창낭창 온몸 흔들어 다이어트 시작하고 가을은 보따리 싸서 떠날 채비 한창인데 어느새 겨울이 힐끔거리니 내 영혼 뜰 안엔 온기 채우려 햇볕보다 따뜻한 너를 들여놓는다. 가향 詩 향기 2021.11.16
꿈 꿈 / 류인순 눈에 보이지 않아 날마다 마음으로 만지고 잡힐 듯 말 듯 애타게 밀고 당기며 넌 아직도 문밖에 서성이지만 나의 바다에 섬 하나 들여놓고 너를 맞으려 날마다 등불 밝힌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1.11
숲에 두고 온 비밀 숲에 두고 온 비밀 / 류인순 가을 설악산 중턱 울산바위 가는 길 숲에서 만난 돌탑 하나 하나둘 그 누군가 비밀스러운 소망 아슬아슬 쌓아 놓았네 인생길 길목마다 수 없이 낚은 욕심 비우고자 떠난 그 날 켜켜이 쌓은 소망 묵직한 돌탑 위로 또 다른 소망 올라가고 툭툭 비워 낸 자리 아뿔싸, 욕심 하나 또 담았네 비밀스러운 나의 작지만 큰 그 무엇보다 간절한. 가향 詩 향기 2021.11.09
인연의 끈 인연의 끈 / 가향 류인순 만나야 할 인연은 먼 길 돌고 돌아서도 끝내 만나더라 정말 그렇더라 인연의 힘은 장벽도 소용없더라 한 줄기 지나가는 그냥 그런 바람인 줄 알았는데 그대 고운 이름으로 내 영혼 울창한 숲에 자분자분 들어와 오색실 한 땀 한 땀 정성 다해 튼실하게 수 놓더라 인연은 가시덤불에 걸어놔도 끝내 꽃 피우더라. 가향 詩 향기 2021.08.18
비비추 보랏빛 향기 비비추 보랏빛 향기 / 류인순 비비추 보랏빛 향기 삼복더위 즈려밟고 여름 뜨락에 꽃대 올려 빗장 풀었다 진초록 잎 사이 관심받기 힘들어도 수수한 모습으로 싱그런 향기 품은 꽃 하늘이 내린 인연 곱디고운 그대 닮아 내 가슴 온통 보랏빛 행복 물들이고 여름 한가운데 서서 비비추 나팔 불며 매미 울음소리 조곤조곤 줍고 있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7.30
노랑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 / 류인순 노랑별 옹기종기 여름날 덕수궁 연못에 별들의 축제 열렸다 초록 비단 위에 긴 목 빼고 살랑살랑 춤추는 물 위의 요정 가슴에 별로 담긴 너를 보는 듯 눈부시게 곱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7.15
시간 도둑 시간 도둑 / 류인순 어영부영하다 아까운 세월 야금야금 갉아 먹혔다 해가 갈수록 점점 잽싸는 잡히지 않는 시간 도둑 아름다운 소풍 길 도둑 다 맞기 전에 너와 손잡고 부지런히 써야겠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6.21
겨울 산에서 겨울 산에서 / 류인순 날을 세운 칼바람에 야윈 몸 휘청이는 애처로운 잎새 하나 거센 눈보라에 어깨 마구 짓눌려 때때로 속울음 울지만 꿈꾸는 내일이 있어 칼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버티고 있네 능선 때리던 매운바람 울다 지치는 날 명주바람 앞세우고 새벽이슬 밟으며 다시 올 연둣빛 봄 기다리며.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1.11
사서 고생 사서 고생 / 가향 류인순 별빛 내리는 깜깜한 새벽 산길 차가운 바람이 서슬 퍼렇게 달려드네 헤드랜턴 매달고 온몸 촉각 곤두세워 길을 더듬으며 오르고 또 오른다 뜨는 해는 매한가진데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 일 년 중 딱 하루 그 해를 보겠다고.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