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괭이밥 꽃 가향 류인순 복사꽃 웃음보 터지던 날 관음죽 화분에 이방인 더부살이 시작하네 지난가을 열어 둔 창문을 통해 바람에 업혀 놀러 왔던 홀씨 하나 겨우내 흙 속에 숨어 웅크려 있다가 햇살의 간지럼 참지 못해 둥근 등 밀어 올리며 머리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고 일어서네 이내 연둣빛 가녀린 몸짓으로 주인 옆에 버젓이 자리 잡고 앉아 생명의 물 넉살 좋게 넙죽넙죽 받아먹더니 속으로 살찌우고 하트 모양 초록 옷 넘실넘실 차려입고 긴 목 빼고 우아하게 자주색 꽃잎 열어 도도한 눈인사 하네 하루 일 다한 햇살이 서산에 숨어들면 옷자락 살포시 접어 꽃잠 자다 새벽 동트면 다시 일어나 웃음 짓는 모습에 주인은 감히 쫓아내지 못하고 도리어 자리 한쪽 내어주며 도란도란 분홍빛 사랑 익히고 있네 그 모습에 시샘하듯 바람이 툭 건들고 지나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