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에서 연지에서 / 류인순 한여름 진흙탕 연못에 그윽한 향기 채우고 세상 맑히는 연꽃 티 없이 고고한 얼굴 유연한 그 모습 평화롭고 아름답다 진흙탕에서도 꿋꿋이 피는 꽃, 지는 꽃 열매 맺는 씨방 그게 어디 꽃뿐이랴.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2.06.20
꽃샘추위 꽃샘추위 / 류인순 달달한 아침 햇살에 봄인가 하고 속적삼 바람으로 빼꼼히 문 열어보니 어이쿠 깜짝이야 엎드려 숨어 있던 겨울 벌떡 일어서서 와락 목덜미 걸머잡네 해마다 너의 심통에 몸살감기 앓았는데 아뿔싸, 올해 또 당했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2.03.22
그래 봄이야 그래 봄이야 / 류인순 보드란 바람결에 괜스레 설레는 맘 언 땅속 웅크렸던 꿈 하나둘 꿈틀거리네 겨우내 언 가슴 시나브로 풀리고 그래 이젠 봄이야 희망의 꽃대 오르는.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2.03.15
로스팅 로스팅 / 류인순 생두를 세게 볶을수록 달콤한 향은 옅어지고 커피에 쓴맛만 커지듯 사랑도 세게 볶을수록 달콤한 마음은 옅어지고 쓰디쓴 상처만 커진다 생두이든 사랑이든 최상의 맛을 보려면 로스팅은 딱 거기까지만.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2.02.25
너도바람꽃 너도바람꽃 / 류인순 겨울 차가운 땅속 무던한 기다림 끝에 봄 밀어 올리는 그대 맑은 햇살이 키워주는 가녀린 모습 곱디고운 하얀 별 찬바람 속에서도 언 가슴 녹여주는 그대는 얼마나 뜨거울까 내 가슴 햇살로 피는 너도바람꽃 벌써 봄이 환하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2.02.23
동장군 동장군 / 류인순 눈바람 어깨 짚고 계절 한가운데 선 우쭐대는 동장군 덩칫값 못하고 슬쩍슬쩍 내 품에 소리 없이 파고든다 너도 추운 게냐.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23
동지 팥죽 동지 팥죽 / 류인순 동지 팥죽 그릇에 새알심 동동 나이만큼 먹는다는 옛 어른 말씀 어릴 적엔 엄마 나이 대신 먹었죠 이젠 한 알 슬쩍 덜어내면 내 나이 한 살 더 젊어지려나.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22
양평 형제봉에 올라 양평 형제봉에 올라 / 류인순 하늘에 솜사탕 띄우고 두물머리 눈으로 당겨 보는 곳 한 손으로 가려지는 저 아래 세상에서 아옹다옹 덧없어라 솔가지에 오도카니 뜬금없이 앉은 공룡 쉬어가라 속삭이네 생방송인 삶의 무대 지휘자도 연주자도 오롯이 내 몫인데 달음질하는 시간 속 쉼표 하나 찍고 가자 인생은 긴 여행이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20
정방 폭포 정방 폭포 / 류인순 한라산자락 돌고 돌아 서귀포 계곡을 지나 세상사 뭇 사연 담아 바다에 몸 풀러 가는 길 시냇물로 졸졸 흐르다 어이쿠, 갑자기 벼랑 끝 사정없이 툭 떨어지네 온 정신 아득하고 심장 쿵쾅거리는데 하얀 비단 내린다며 환호성 지르는 그대여 어제도, 오늘도 먼 훗날 그날까지 변함없을 내게로 다시 와요 그대 쉼 필요할 때.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11
고장 난 알람 고장 난 알람 / 류인순 가을과 겨울 사이 깊은 산 뜬금없이 홀로 핀 진달래꽃 서릿바람이 툭 건드니 가냘픈 몸 파르르 떨며 힘겹게 견디고 있다 고장 난 계절 알람 제멋대로 울려대니 너 또한 헷갈렸을 터 사람 눈길 뜸하다고 홀로 외로이 서 있다고 주눅 들지 말지어다 찬 서리 내려 너의 몸 생채기 나기 전 내 눈에 오롯이 담았다 누가 뭐래도 한 가슴 꽃물 들였으니 네가 온 명분 충분하다. 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202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