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 詩 향기/가향 詩畵 모음

그 바다에 서면 풍경이 된다

가향 류인순 2012. 7. 30. 10:18

 

 

 

        
        그 바다에 서면 풍경이 된다
                                           가향 류인순    
                                                               
        울산 12경의 하나인 주전 바다 몽돌해변
        파도소리 그리울 땐 에메랄드빛 동해바다 그곳에 간다
        알알이 숨을 토하는 몽실몽실 몽돌 속삭임에 
        파도가 단숨에 달려와 껴안고 거품목욕 시켜주면  
        흑진주처럼 영롱한 빛으로 짜르르 짜르르 투명한 울음 운다
        그 모습이 신기한 아이들 서넛이 까르르 웃으며 뛰놀고 있다
        바닷가 돌 위에 앉아 휴식하던 갈매기들 덩달아 춤추며 재롱떨고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 바다를 거울삼아 분단장하고 있다 
        해변을 맨발로 걸으면 발아래 몽돌이 사륵사륵 간지럼 타고 
        새알같이 작고 둥근 몽돌은 만지기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바위 사이로 작은 배가 지나고 파도와 맞서며 낚시 즐기는 사람
        저 멀리 암초 위에 변함없는 모습 이득 등대가 동그마니 서 있다
        바닷가 언덕에 앉은 소녀는 스케치북 꺼내 그림 그리고
        그 옆에 한 사내가 연신 사진기로 바다를 담아내고 있다
        스케치북에 내일의 희망이 움트고 사진 속에 세월이 담긴다 
        해질녘 잿빛 구름이 수평선 위에 달마중 나왔다
        구름 속에 숨은 달이 한참 애태우다 아기 젖니 올라오듯 보이자
        잿빛 구름은 달을 수평선에서 둥실둥실 한껏 밀어 올리고 
        제 할 일 다한 듯 저만치 달아나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 들려온다
        한여름밤 '낭만과 추억이 머무는 곳' 이란 현수막 내걸고
        주말이면 색소폰 라이브 연주 시작된다
        달빛 아래 색소폰 선율 따라 흥얼흥얼 노래하는 사람들
        파도가 몽돌 어루만지는 소리와 감미롭고 환상적인 색소폰 하모니에 
        연인들이 다정하게 손잡고 몽돌 위를 거닐며 
        파도소리 마신다, 사랑을 마신다  
        남실바람 부지런히 빗질하는 바닷가 
        저마다 사연 안고 왔다가 꿈꾸고 떠난 자리
        온통 둥글다
        돌들도 둥글고, 해안도 둥글고
        사람들 머문 자리 추억들이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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