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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교정에 밤이 내리면

가향 류인순 2015. 10. 10. 14:03

 

 

 

 

 

교정에 밤이 내리면 / 류 인 순

 

 

가로등 불빛이 졸음에 겨워

달빛 한줄기 베개 삼아 누울 때

불빛 따라 산책 나온 불나방들

빙글빙글 등을 안고 춤을 추네

 

외로이 졸고 있는

교정의 빈 벤치 위에는

한낮 찾아와 꿈을 펼치던

참새들의 마음이 별빛으로 흐르고

 

네모 창속에 불 밝힌 참새들의

식을 줄 모르는 열정에

곰삭히는 무거운 밤은 무색하여

정적 속에 살며시 꼬리 감추네

 

사붓사붓 이슬 밟고 나온 밤의 요정들

밤하늘 별빛 엮어 은 목걸이 만들고

달빛 한 모금 찻잔에 꽃잎처럼 동동 띄워

초여름 밤 풋풋한 향기 한 스푼은 덤으로

살랑살랑 실바람에 실어 창가에 내려놓네

 

싱그러운 밤의 정취 고혹한 유혹에도

재잘재잘 참새들의 참모습은 간데없고

하릴없이 볼모로 잡힌 등불만이

창가에 턱을 괴고 빠끔히 내다보네

 

쥐 죽은 듯 고요함에 실낱같은 흔들림도

참새들에 방해될까 나뭇잎도 숨죽이고

마중 나온 어미는 까치발로 서성이며

속절없이 달그림자 밟고 있네.

출처 : 황금돼㉨ㅣ
글쓴이 : 황금돼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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