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계곡에서 / 류인순 숲을 적시는 밤 빗소리 자장가 삼아 노루잠 자다 계곡 물 오케스트라 소리에 눈 떠 보니 청량한 새벽이 기지개 켜고 일어난다 새벽 조붓한 산책길 낭랑한 산새들 노랫가락 솔가지 위에 널뛰기하는데 길섶에 오롯이 핀 달맞이꽃 수줍은 듯 노란 입술 옹 다물고 무리 지어 핀 보랏빛 도라지꽃 청초한 얼굴로 눈인사 한다 산마루에 햇살 턱 괴고 올라오니 춤추던 운무 깨금발로 달음질하고 밤새 뜬눈으로 뒤척인 영롱한 이슬로 촉촉이 멱 감은 풀잎들 아침 햇살에 온몸 내걸어 말린다 수정같이 맑은 계곡 물 뼛속까지 아릿하게 간지럼 태우는데 첨벙첨벙 신명 난 동심들 깔깔 웃음이 땡볕 꼬리 잡고 흔들어 대니 무색해진 여름 새벽 들길 이슬 털어내듯 슬금슬금 꽁무니 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