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향 류인순
꽃피는 봄날만 있겠는가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어디 한두 번이랴
이런저런 별일 다 있다네
가랑비가 장대비 되고
드센 찬 바람 불어 때론
우박으로 떨어져 아플 때도 있지만
겨울 지나 어김없이 봄은 온다네
담장 너머 이웃은 웃음꽃 만발인데
저 홀로 막다른 고샅길에 서 있다고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 바람 소리 서럽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저마다 가슴 열어보면
사연 없는 사람 어디 있으랴
알고 보면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네
한 세상 사는 일이
내 뜻대로만 되겠는가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엔
쉼표 하나 찍어 놓고
아무렴, 잠시 쉬어 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