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는 소리
詩 / 류인순
구월의 문턱에서
갈색 그리움이 창가에 서성이다
마시는 찻잔 속으로 똑 떨어지고
깊숙이 묻어둔 사연 한 줌이
끝없이 자맥질하며
빈 마음 한구석 흔들고 간다
풀잎 향기 서린 뒤뜰엔
제풀에 지친 뙤약볕이 힘없이 드러눕고
한여름 내내 실눈 뜨고 있던 귀뚜라미
청아한 선율로 목청 높인다
뭉게구름 피어나는 하늘 언저리
시나브로 쪽빛 옷 갈아입고
감나무 가지 사이로 지나는
건들바람의 부드러운 애무에
풍요를 꿈꾸는 풋감들이
살짝 볼 붉힌다
아,
가을 오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