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 류인순 2007. 6. 10. 17:52

 
                   ~ 2005年 8月 23日 ~ 
 
 가을 오는 소리
                        詩 / 류인순
 구월의 문턱에서 
 갈색 그리움이 창가에 서성이다 
 마시는 찻잔 속으로 똑 떨어지고 
 깊숙이 묻어둔 사연 한 줌이 
 끝없이 자맥질하며 
 빈 마음 한구석 흔들고 간다 
 풀잎 향기 서린 뒤뜰엔 
 제풀에 지친 뙤약볕이 힘없이 드러눕고 
 한여름 내내 실눈 뜨고 있던 귀뚜라미 
 청아한 선율로 목청 높인다 
 뭉게구름 피어나는 하늘 언저리 
 시나브로 쪽빛 옷 갈아입고 
 감나무 가지 사이로 지나는 
 건들바람의 부드러운 애무에 
 풍요를 꿈꾸는 풋감들이 
 살짝 볼 붉힌다 
 아, 
 가을 오는 소리. 

 

 

- 시인의 파라다이스 2호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