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여인/가향 류인순
한 움큼 집었던 모래
때 되면 미끄러지듯 빠져나가고
쥔 손 펴서 바람에 날리면
무념의 모래는 가뭇없이 사라지고
그 마지막까지 떨어지지 않고
살갑게 붙어 있는 한 알
일부러 떼려 해도 도무지 잘 떨어지지 않는
손안에 남아 있는 그 마지막 한 알
그토록 아니 그보다 더 소중히 각인되어
장미꽃 피고 지고 몇 번을 중첩되고
싸락눈 몰아치는 겨울 언덕에도
당신은 내 한쪽 가슴이었소
명치끝에 붙어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운명의 혹 붙임이 된 여인이여
그 하 많은 시간 속에서도
홀로 아리랑처럼 사랑했던 당신
세월의 덫은 그 여린 사랑의 싹
자르지 않고 끝내 해후하게 하니
가히 우린 숙명이요 천운이요
나의 사랑 나의 여인이여
내가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 것은
한 세월 숨 막힐 듯 오롯이 간직한
내 사람이기 때문이라오
당신이기에 그저 사랑할 뿐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