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 류인순
2012. 7. 24. 16:13

교정에 밤이 내리면
가향 류인순
가로등 불빛이 졸음에 겨워
달빛 한줄기 베개 삼아 누울 때
불빛 따라 산책 나온 불나방들
빙글빙글 등을 안고 춤을 추네
외로이 졸고 있는
교정의 빈 벤치 위에는
한낮 찾아와 꿈을 펼치던
참새들의 마음이 별빛으로 흐르고
네모 창 속에 불 밝힌 참새들의
식을 줄 모르는 열정에
곰 삭히는 무거운 밤은 무색하여
정적 속에 살며시 꼬리 감추네
사붓사붓 이슬 밟고 나온 밤의 요정들
밤하늘 별빛 엮어 은 목걸이 만들고
달빛 한 모금 찻잔에 꽃잎처럼 동동 띄워
초여름 밤 풋풋한 향기 한 스푼은 덤으로
살랑살랑 실바람에 실어 창가에 내려놓네
싱그러운 밤의 정취 고혹한 유혹에도
재잘재잘 참새들의 참모습은 간데없고
하릴없이 볼모로 잡힌 등불만이
창가에 턱을 괴고 빠끔히 내다보네
쥐 죽은 듯 고요함에 실낱같은 흔들림도
참새들에 방해될까 나뭇잎도 숨죽이고
마중 나온 어미는 까치발로 서성이며
속절없이 달 그림자 밟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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